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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다시 보기 후기 - 한국판 소식에 원작을 다시 꺼내 본 아빠의 감상

by msmyoung 2026. 9. 22.

영화 인턴 다시 보기 후기 썸네일

 

한국판 인턴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을 다시 틀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눈앞에 펼쳐졌어요. 벤이라는 70세 인턴이 왜 그렇게 말이 없는지, 왜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지, 그 침묵의 무게가 이번에는 제대로 와닿았습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인턴 (The Intern)
국내 개봉: 2015년 9월 24일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앤더스 홈
관람 정보: 처음은 2015년 결혼 전 극장에서, 이번엔 한국판 소식을 듣고 넷플릭스로
나의 별점: ★★★★★

영상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 아래에는 줄거리와 결말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훈훈한 할아버지 이야기인 줄 알았다

시니어 인턴이 젊은 회사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흔히 지혜로운 어른이 젊은이들에게 인생 조언을 건네는 이야기쯤으로 소비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어요. 그런데 다시 보니 벤은 조언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벤은 40년 동안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인턴으로 들어간 의류 쇼핑몰 어바웃 더 핏은 바로 그 옛 회사가 있던 건물을 쓰고 있죠. 처음 볼 땐 그냥 지나친 이 설정이 이번엔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평생 일한 공간에 이제는 가장 낮은 자리의 인턴으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어땠을까요. 그런데도 벤은 첫날 아침 정장을 갖춰 입고 누구보다 먼저 출근합니다.

벤이 말하지 않고 해낸 것들

줄스의 비서로 배정됐지만 벤은 첫날도, 둘째 날도 아무 업무를 받지 못합니다. 그냥 기다려요. 불평 없이. 쉴 틈 없이 회의를 오가는 줄스에게 벤은 처음엔 부담스러운 존재였고, 다른 팀으로 옮겨달라고 할 정도였죠. 솔직히 그 마음도 이해가 됐습니다.

그런데 벤은 그 어색함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찾아냅니다. 운전기사가 술을 마신 걸 알아채고 직접 운전대를 잡고, 아무도 치우지 않던 책상을 정리하고,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줍니다. 그리고 줄스가 우는 모습을 본 뒤에도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남에게 빌려주려고 손수건을 늘 챙긴다는 벤의 대사처럼, 그의 배려는 늘 상대가 필요할 때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신입 때 제 사수가 딱 벤 같은 분이었습니다. 제가 보고서를 엉망으로 써 가도 혼내기보다 먼저 커피를 한 잔 사 주시고, 다음 날 아침 책상 위에 고칠 부분을 적은 메모를 조용히 올려두셨어요. 그때는 그게 얼마나 큰 배려인지 몰랐는데, 지금 제가 후배를 맡는 자리가 되고 보니 그렇게 기다려 주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벤의 침묵을 보며 그분이 계속 떠올랐어요.

아빠가 되고 다시 보니 보인 사람

처음 볼 때는 맷이 그냥 바람피운 남편으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가 되어 다시 보니, 딸을 등원시키고 놀이터 엄마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맷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맷의 선택을 편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이를 키우며 혼자 고립되는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 부부의 이야기가 훨씬 무겁게 느껴졌어요.

줄스가 외부에서 새 CEO를 데려오려 한 진짜 이유가 회사가 아니라 흔들리는 가정 때문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장면도 다르게 읽혔습니다. 벤은 그 선택이 정말 그녀를 위한 것인지 조용히 되묻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다시 고를 기회를 돌려주는 방식으로요. 처음 볼 땐 그냥 따뜻한 장면이었는데, 이번엔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아쉬웠던 점

다시 보니 줄스와 맷 부부의 갈등이 후반부에 조금 쉽게 봉합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외도라는 큰 문제가 맷의 사과 한 번으로 정리되는 흐름은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를 지키려는 선택이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납득이 어려웠어요. 또 벤이 거의 완벽한 사람으로만 그려져서, 그도 실수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한 번쯤 나왔다면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상적인 모습 덕분에 위로받는 관객도 많았겠죠.

마치며

다시 본 인턴은 몸의 나이가 들어도 일에 대한 열정이나 사람을 대하는 품위까지 늙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리메이크를 볼 생각이라면 원작을 먼저 보되, 이번엔 벤의 침묵에 집중해 보세요. 말하지 않은 장면에 이 영화의 진심이 있습니다.

앤 해서웨이가 20년 만에 다시 직장 이야기로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후기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아요. 두 영화 모두 일과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쓰며 유튜버 인생띵작 님의 리뷰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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