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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후기 - 베트남 극장에서 자막 없는 일본어 대사 때문에 두 번 본 이야기

by msmyoung 2026. 9. 23.

한산 용의 출현 베트남 극장 관람 후기 썸네일

 

솔직히 한산을 베트남 현지 극장에서 보면서 이렇게 일본어 대사가 많을 줄 몰랐습니다. 한국 영화니까 당연히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결국 같은 영화를 두 번 봤습니다. 첫 번째는 전투 장면에 압도됐고, 두 번째에야 비로소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영화 기본 정보

제목: 한산: 용의 출현
국내 개봉: 2022년 7월 27일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향기, 옥택연, 공명
러닝타임: 129분
관람 정보: 2022년 8월 하노이 CGV에서 아내와
나의 별점: ★★★☆☆

영상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 아래에는 줄거리와 전투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극장에서 만난 뜻밖의 벽

상영관에는 생각보다 베트남 관객이 많았습니다. 한국 영화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현지 대학생들도 있었고,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타지에서 일하며 지내다 보니 한국어 대사가 극장 스피커로 크게 울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문제는 자막이었습니다. 한국어 대사에는 베트남어 자막이 붙었지만, 일본군 장수들이 나누는 일본어 대사에는 자막이 없거나 듬성듬성 빠진 경우가 많았어요. 와키자카가 살아 돌아온 병사들의 보고를 듣는 장면, 조선 수군의 화포 사거리를 분석하는 장면처럼 전반부 긴장감의 핵심인 대목들을 저는 그냥 분위기로만 짐작하며 넘겼습니다.

두 번째 관람에서 보인 와키자카

첫 관람에서 놓친 일본어 대사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언젠가는 다시 봐야지 하던 때, 비행기 안에서 다시 봤습니다. 이번엔 일시정지를 해가며 와키자카의 대사를 하나하나 확인했는데, 처음엔 그냥 왜군이 뭔가 계획 중이구나 하고 넘겼던 장면들이 전투의 판을 짜는 핵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같은 영화인데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변요한 배우가 연기한 와키자카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습니다. 파괴된 아군 함선의 잔해를 직접 살피고, 살아남은 병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거북선의 구조와 약점을 하나씩 역으로 추적해 가요. 적이지만 집요하고 영리한 명장이라는 게 느껴지니, 그런 상대를 꺾는 이순신의 전략이 훨씬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거북선 없이 이기는 법

영화 속 이순신은 왜군 첩자가 거북선의 설계도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출정에서 거북선을 앞세우지 않기로 합니다. 이 설정 자체는 극적 장치에 가깝지만, 그 덕분에 영화는 거북선이라는 상징 대신 전술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이순신은 좁은 견내량에 머물던 왜군을 넓은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낸 뒤, 학이 날개를 펼치듯 함대를 반원으로 벌려 적을 감쌉니다. 높은 판옥선 위에서 화포를 집중해 쏘아대니, 배에 뛰어올라 백병전을 벌이는 왜군의 장기는 쓸 틈이 없었죠. 훈련 장면에서 이 대형을 끝없이 다듬는 이순신의 모습은, 화려한 해전보다 오히려 더 그의 무서움을 보여줬습니다.

실제 한산도 대첩은

한산도 대첩은 1592년 음력 7월에 벌어진 전투로, 조선 수군은 70여 척의 왜선 가운데 59척을 격파하거나 붙잡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 승리로 서해를 거쳐 북쪽으로 올라가려던 왜군의 보급로가 막히면서, 육지의 전쟁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숫자를 찾아보니, 스크린 속 장면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명량과 비교하면

명량이 울돌목의 거센 물살과 좁은 지형을 이용해 버텨낸 싸움이었다면, 한산은 넓은 바다에서 먼저 판을 짜고 적을 감싸 무너뜨리는 싸움입니다.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도 결이 달라요. 최민식 배우의 이순신이 뜨거웠다면, 박해일 배우의 이순신은 말이 적고 차갑게 계산하는 장수였습니다. 저는 이 조용한 이순신이 더 오래 남았어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한산, 명량, 노량 순서로 시간이 이어지니 한산을 먼저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쉬웠던 점

전반부에 조정 회의와 왜군 진영의 논의가 번갈아 이어지는 구간은 리듬이 조금 느렸습니다. 후반부 해전의 쾌감이 워낙 크다 보니, 그 전까지 가는 길이 길다고 느낄 관객도 있을 것 같아요.

조선 수군 내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이순신 곁을 지키는 장수들이나 이름 없는 격군들의 얼굴을 조금만 더 비춰줬다면, 마지막 해전에서 느끼는 감정이 훨씬 커졌을 것 같아요. 명량에서 최민식 배우가 보여준 격정과 비교하면 박해일 배우의 침착한 이순신이 처음에는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타지의 극장에서 두 번이나 찾아 본 영화는 한산이 처음이었습니다. 자막이라는 예상치 못한 벽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게 만든 셈이에요. 낯선 나라의 객석에서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경험은 분명 특별했습니다. 해외에서 보실 계획이라면 일본어 대사 자막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시고, 아니라면 한산도 대첩의 흐름만 간단히 알고 들어가셔도 영화의 밀도가 확 달라질 거예요.

이 글을 쓰며 유튜버 지무비 님의 리뷰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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