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퓨리오사 후기 - 분노의 도로와 무엇이 다를까, 15년을 쌓아 올린 복수극

by msmyoung 2026. 9. 21.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관람 후기 썸네일

 

전작 분노의 도로가 워낙 평이 좋았던 터라,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번에도 자동차 추격전이 이어지다 끝나는 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 의심은 상영 시작 10분 만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Furiosa: A Mad Max Saga)
국내 개봉: 2024년 5월 22일
감독: 조지 밀러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 헴스워스, 톰 버크, 알릴라 브라운
러닝타임: 148분
관람 정보: 2024년 인천 CGV에서
나의 별점: ★★★★☆

영상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 아래에는 주요 장면과 결말 일부가 언급됩니다.

오프닝 10분, 의자에서 등이 떨어졌다

극장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아 있었는데, 오프닝 추격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몸이 앞으로 쏠렸습니다. 어린 퓨리오사가 납치되고 어머니가 말을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뒤를 쫓는 장면인데, 카메라가 정신없이 흔들리거나 편집이 튀는 순간이 없어요. 잘 만든 수동 변속기처럼 동작 하나하나가 직결감 있게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워 리그 위에서 퓨리오사가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팔걸이를 꽉 쥐고 있었습니다. 달리는 트럭 바퀴가 바로 옆에서 굴러가는데 손 하나 미끄러지면 끝이라는 게 화면 너머로도 느껴졌어요. 숨을 참고 보다가 장면이 끝나고 나서야 크게 숨을 내쉬었는데, 옆자리 관객도 동시에 한숨을 쉬어서 둘이 같이 피식 웃었습니다. 액션 영화를 수없이 봤지만 이렇게 몸이 먼저 반응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두 번의 습격, 편집점이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의 액션은 크게 두 장면이 기둥입니다. 거대한 유조 트럭을 노리는 워 리그 습격과, 후반의 무기 농장 습격이에요. 퓨리오사의 민첩한 몸놀림, 잭의 즉각적인 판단, 워보이들의 서커스 같은 움직임이 한 덩어리로 엉키면서 관객을 그 한복판에 데려다 놓습니다.

보는 동안은 차 바깥에서 안으로 카메라가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오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나중에 리뷰 영상을 보고서야 바깥과 안에서 따로 찍은 장면을 후반 작업으로 매끄럽게 이어 붙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만큼 몰입해서 봤다는 뜻이겠죠. 상영이 끝나고도 질주하는 차들의 굉음이 한참 귀에 남아 있었습니다.

토르는 잊으세요, 디멘투스입니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인 줄 몰랐습니다. 토르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디멘투스는 첫 등장부터 낯설었어요. 고대 전차처럼 꾸민 바이크를 타고, 마이크를 들고 자기 부하들 앞에서 쇼를 하듯 잔인한 처벌을 내립니다.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잭을 천천히 죽이려던 디멘투스가 갑자기 심드렁한 얼굴로 마이크를 내던지는 순간이었어요. 그 짧은 동작 하나에서 이 인물 안에 보이지 않는 과거가 두껍게 쌓여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과하다 싶을 만큼의 카리스마가 이번엔 딱 맞는 자리를 찾은 셈이에요.

대사 서른 줄의 주인공

안야 테일러 조이의 대사는 서른 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주인공 존재감이 약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어요. 저는 그녀가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 중반이 넘어서야 의식했습니다. 표정과 눈빛, 굳은 어깨만으로 15년 치 분노와 결심을 전부 설득해내거든요.

분노의 도로가 폭발이라면, 퓨리오사는 들불

두 영화의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분노의 도로는 사흘 동안 압축적으로 터지는 광기에 가까웠어요. 퓨리오사는 15년의 시간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 쌓아 올리며 천천히, 넓게 타오릅니다. 그 안에 피와 배기음과 모래먼지가 켜켜이 쌓이면서 퓨리오사의 복수가 점점 무게를 얻어가요. 개봉 전날 밤 넷플릭스로 분노의 도로를 다시 보고 갔습니다. 덕분에 시타델이 처음 나올 때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두 편을 하루 차이로 보니 차이가 더 선명했습니다. 분노의 도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속 페달만 밟는 영화였다면, 퓨리오사는 기어를 하나씩 올리며 속도를 붙여 가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분노의 도로로 이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15년이라는 시간이 한꺼번에 무게로 느껴졌습니다.

분노의 도로를 안 봐도 이 영화 하나로 이야기는 충분히 완결됩니다. 다만 시타델과 임모탄 조를 미리 알고 가면 디멘투스와 부딪히는 장면들이 훨씬 선명하게 들어와요.

아쉬웠던 점

군중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나 워 리그 습격을 멀리서 비추는 일부 장면에서는 CG가 눈에 띄게 어색했습니다. 인물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순간도 몇 번 보였고요. 황무지 40일 전쟁을 짧은 몽타주로 넘겨버린 부분도 아쉬웠어요. 지루해서가 아니라, 이 장면이 원래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압도적인 장면들이 그 틈을 워낙 단단하게 메우고 있어서 몰입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마치며

이 영화는 가능한 한 큰 화면, 좋은 음향에서 봐야 진가가 드러납니다. 모래먼지와 배기음이 제대로 전해지려면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부족해요. 분노의 도로와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같은 황무지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타오르는 두 개의 불을 모두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을 쓰며 유튜버 기묘한 케이지 님의 리뷰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육아아빠의 영화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