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아이맥스는 그냥 화면 큰 상영관인 줄 알았습니다. 돈을 더 낼 이유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인터스텔라를 처음 아이맥스로 본 날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고, 몇 년 뒤 아빠가 되어 다시 봤을 때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다른 사람으로 본 기록입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국내 개봉: 2014년 11월 6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케인
러닝타임: 169분
처음 본 날: 2014년 11월, 인천 CGV IMAX 관에서
나의 별점: ★★★★★
영상 출처: Warner Bros. Pictures 공식 유튜브
※ 아래부터는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인터스텔라 - 아이맥스를 의심하던 공대생
2014년 11월, 인천 CGV IMAX 관에서 처음 봤습니다. 좌석에 앉자마자 시야 전체를 채우는 화면에 압도당했고, 밀러 행성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는 저도 모르게 몸이 뒤로 젖혀졌어요. 놀란 감독이 주요 장면을 IMAX 카메라로 찍어서, 그 장면들에서는 화면이 위아래로 확 넓어집니다. 상영이 끝나고 한참 동안 귀가 먹먹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자동차공학과 학생이던 저를 사로잡은 건 블랙홀 가르강튀아였습니다. SF 영화 속 블랙홀은 늘 반쯤 흘려봤는데 이건 달랐어요. 물리학자 킵 손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계산한 모습을 시각효과 팀이 구현했고, 그 과정의 결과가 실제 학술 논문으로도 나왔다고 합니다. 블랙홀 뒤쪽의 빛이 휘어 고리처럼 감싸는 모습을 보면서, 교과서로만 보던 개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극장을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멜론에서 한스 짐머의 OST를 저장한 거였어요. 그 뒤로 오랫동안 Cornfield Chase와 No Time for Caution을 이어폰에 달고 살았습니다. 놀란 감독이 대본 대신 아버지와 아이에 관한 짧은 글 한 편만 건네고 작곡을 맡겼다는 일화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아래 이상하게 따뜻한 감정이 깔려 있습니다.
두 번째 인터스텔라 - 아빠가 되어 다시 본 결말
둘째가 돌을 막 지났을 때, TV에서 상영해줘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슬픈 장면이었던 쿠퍼와 머피의 재회가, 이번엔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밀러 행성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사이 지구에서는 23년이 흐르죠. 공대생 때는 중력 때문에 시간이 느려진다는 설정이 신기했을 뿐인데, 아빠가 되고 나니 그게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통째로 놓친다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쿠퍼가 밀린 영상 메시지를 혼자 보는 장면에서 그대로 무너졌어요. 베트남 주재원 일이 바빠 매일 늦게 퇴근하다 보니, 아이들 자는 모습만 보게 되다가,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대론 안되겠다 생각 했습니다. 쿠퍼에게 그 23년은 정말 지옥 같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볼 때는 과학이, 두 번째 볼 때는 사람이 보이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10년이 넘도록 회자되는 이유를 저는 여기서 찾았습니다.
아쉬웠던 점
후반부 5차원 공간 장면은 처음 볼 때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사랑이 차원을 넘는다는 대사도 과학을 그렇게 정교하게 쌓아온 영화치고는 갑작스럽게 느껴졌어요.
처음 보는 분들께
물리학을 몰라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웜홀이나 시간 지연 같은 개념은 영화 속 대화로 충분히 설명해줘요.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아버지와 딸입니다.
아이맥스 재개봉이 잡히면 다시 볼 만할까요?
무조건 추천합니다. 파도와 블랙홀 장면은 화면 비율부터 달라지고, 오르간 소리가 좌석을 타고 몸으로 전해지는 경험은 집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어요.
마치며
공대생일 때와 아빠가 된 지금, 같은 영화가 이렇게 다르게 보일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크면 언젠가 꼭 같이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예요. 그때 저는 또 어느 장면에서 울게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