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을 이미 아는 이야기를 보면서 또 울 수 있을까요. 저는 울었습니다. 웹툰 좀비딸을 완결까지 다 읽고 극장에 들어갔는데도요.
원래 좀비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달리고, 물리고, 도망치는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손이 잘 안 갔거든요. 그런데 지인이 좀비를 길들이는 이야기라며 추천해준 이 웹툰은 달랐습니다. 처음엔 킬링타임용으로 열었다가 어느새 매주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었고,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좀비딸 (My Daughter is a Zombie)
국내 개봉: 2025년 7월 30일
감독: 필감성
원작: 이윤창 작가의 네이버웹툰
출연: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관람 등급: 12세 이상
나의 별점: ★★★★☆
영상 출처: 잇츠뉴 It’sNEW 공식 유튜브
※ 아래에는 줄거리와 결말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웹툰을 먼저 읽은 아빠로서
웹툰 초반은 거의 코미디입니다. 고양이 애용이의 존재감과 할머니의 리액션이 어찌나 웃기던지 한 번에 쭉 읽어버렸어요.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아빠가 좀비가 된 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훈련시키는 장면이 쌓이면서, 내가 읽고 있는 게 코미디인지 가족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마지막에 수아를 위해 정환이 대신 죽음을 택하는 장면이 아직도 뭉클함이 있습니다.
맹수 사육사 아빠의 딸 훈련기
영화 속 정환은 맹수 전문 사육사 출신입니다. 이 설정이 정말 영리하다고 느꼈어요. 호랑이를 다루던 사람이 그 경험을 살려 좀비가 된 딸에게 악수를 가르치고, 반응을 기다리고, 다시 반복합니다. 웃긴 장면인데 보다 보면 그 끈기가 곧 사랑이라는 게 보여요.
조정석 배우의 연기가 이 부분을 완성했습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표정, 딸이 조금씩 반응할 때 애써 무덤덤한 척하는 얼굴이 스크린에서 살아 있었어요. 웹툰을 읽으며 느꼈던 그 먹먹함이 화면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래도 내 딸인데
영화 속 세상은 감염자를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발견하면 신고하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좀비물이 감염자를 당연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깔고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그 전제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져요. 그래도 내 딸인데. 이 한마디가 장르 전체를 흔듭니다.
결말을 알고 들어갔는데도 수아가 아빠를 알아보는 장면에서 목이 메었습니다. 이미 아는 이야기인데 또 울다니 싶었죠. 수아가 춤추다 아빠한테 짜증 내는 장면에서 아직 어린 우리 딸이 열네 살이 되면 저럴까 싶어 웃음이 났다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울었습니다.
웹툰과 달라진 점
각색이 들어간 부분도 있고 전개 속도도 다릅니다. 웹툰에서는 정환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데, 영화는 정환이 죽지 않고, 신약 개발이 되는 걸로 되어서 색다른 결말이었습니다. 그래도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이라는 뼈대는 그대로라서, 원작 팬이라면 익숙한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겪는 느낌일 거예요.
애용이 역할을 실제 고양이가 연기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CG 동물은 어딘가 어색한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진짜 고양이라서 가능한 자연스러운 반응들이 장면마다 웃음을 더해줬어요.
아쉬웠던 점
초반 코미디가 워낙 강해서 중반 이후 감정 장면으로 넘어갈 때 톤이 갑자기 바뀐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방금까지 웃던 관객들이 다음 장면에서 바로 울어야 하는 흐름이라, 감정을 따라가기 조금 바빴어요. 동배의 이야기도 조금 더 보고 싶었습니다. 정환의 오랜 친구로서 이 가족을 지켜보는 인물인데, 몇몇 장면에서는 웃음 담당으로만 쓰인 것 같아 아쉬웠어요. 웹툰을 먼저 본 사람이라 기대가 컸던 탓도 있을 겁니다.
누구와 보면 좋을까
웹툰을 안 읽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결말을 모르고 보면 감정 곡선이 오히려 더 가파르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좀비가 나오긴 하지만 공포보다는 가족 코미디에 가까워서,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분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딸 가진 부모라면 손수건은 챙기세요.
마치며
킬링타임용으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제게 더 오래 남은 건 웃음보다 먹먹함이었어요. 딸이 좀비가 되어도, 세상이 감염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아도, 아빠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단순한 사실이 두 시간 내내 마음에 무게를 얹어뒀습니다.
이 글을 쓰며 유튜버 지무비 님의 좀비딸 리뷰 영상을 참고했습니다.